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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밀려도 '발굴 대상' 제외…복지 사각지대서 스러진 일가족 - 울산서 가장·네 자녀 숨진 채 발견…군산·임실서도 일가족 사망 - 전문가 "행정력만으론 한계…민간 연계해 위기 징후 선제 대응해야"
  • 기사등록 2026-03-20 14: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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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최근 생활고와 장기간 돌봄에 지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되면서 복지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발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청주의'의 한계와 행정의 사각지대에 가로막힌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 "아이들 인사성 밝았는데…" 140만원으로 버틴 울산 다섯 식구의 비극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4시 48분께 울산시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생활고로 지난해 3월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 긴급 생계·주거지원비 806만원과 생필품, 식료품 등을 지원받으며 재기를 꿈꾼 삶의 의지가 강한 가장이었다.


지속적인 복지 지원으로 잠시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던 이 가정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해 12월 무렵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A씨는 생후 5개월인 막내아들을 포함해 네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챙기며 A씨 건강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끔 나가던 일용직 근로조차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수입원은 매달 나오는 아동수당과 부모 급여 등 140만원이 전부였다. 5인 가구 식비와 월 60만원인 빌라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급기야 A씨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조차 외상을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


편의점주는 "3∼4개월 전부터 10만원, 12만원씩 과자랑 라면 같은 생필품을 잔뜩 외상으로 산 뒤 다음 달에 갚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종 아이들 손을 잡고 오곤 했는데, 애들은 올 때마다 인사도 잘하고 명랑했다"며 "열흘쯤 전에 아빠 혼자 와서 과자를 17만원어치나 사 갔는데, 그게 아이들이 먹는 마지막 간식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지었다.


건강보험료 100여만원이 체납되는 등 다시 위기 징후가 포착되자,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지원 신청을 독려했다.


그러나 '신청주의'라는 복지제도 문턱이 발목을 잡았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며 "물품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수급 신청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숨진 일가족 거주하던 빌라

지난 18일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세대 현관 전경.


◇ 군산·임실서도 이어진 비극…체납 기준 미달에 '발굴 제외'되기도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전북 군산시 경암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7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모자는 극심한 생활고로 월세와 전기·수도 요금도 내지 못하고 지난달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심한 시신 부패 상태 등으로 미뤄 이들 모자 모두 주변과 연락이 닿지 않았을 즈음 함께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 모자는 최근 별다른 벌이 없이 매달 35만원가량의 기초연금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공공요금 체납 등 위기 징후를 토대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있지만, 이들 모자는 3개월 이상 체납하지 않았고 일정 수준의 통장 잔고가 있어서 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장례를 치를 가족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부검을 마치는 대로 시신을 행정 당국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임실군 관촌면의 한 마을에서는 90대 노모와 그의 아들, 손자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돌보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으나 장기간의 돌봄에 지쳐 이 사고 이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기다리는 복지서 찾아가는 복지로"…민관 합동 안전망 절실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의 비극이 반복되자 시민단체는 복지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북희망나눔재단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죽음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책임"이라며 "가족이 무너지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눔재단은 "이번 사례들은 위기 상황에 놓인 가정에 대한 더 신속하고 밀착된 행정의 초기 개입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복지는 기다리는 제도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고, 먼저 연결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이들과 같은 위기가구를 적기에 발굴하려면 행정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의 손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이웃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옆집의 사정을 소상히 알거나 우유나 야쿠르트 배달원, 집배원이 여러 가정을 돌면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경우가 흔했다"며 "그러나 지역사회 유대가 약화한 최근에는 이런 부분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가정을 제때 발굴하지 못한 행정 탓만 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예컨대 통신사가 휴대전화 요금을 미납한 가입자를 행정기관에 전달해 위기 징후가 있는 가정과 대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민간과 행정이 함께하는 안전장치를 만든다면 복지 사각지대를 살필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


복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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