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욱 기자

경남 산청 산불 진화 현장
지난해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 현장에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노동부의 수사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은 입건 전 조사(내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원지청은 관련 조사를 거의 마친 상태로, 검찰 지휘를 받아 향후 경남도와 창녕군 소속 관리책임자 2명을 입건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자료 수집과 공무원 참고인 조사 등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지청은 경찰 수사와 달리 기관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살펴야 하고, 고의성과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하는 데다 검찰과 협의도 필요해 수사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사관 1명당 평균 5건 안팎의 중대재해 사건을 맡고 있는 점도 수사 장기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공공기관 관련 중대재해 사건은 아직 유죄 판결이 나온 사례가 없고, 공직사회 업무 공백 우려 등도 있어 여러 요소를 살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인과관계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장기화하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혐의 입증 요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상 치사죄 성립을 선결 조건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행동을 적절히 취하지 않아 저지른 범죄를 따지는 사안임에도 법원이 혐의 입증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수사나 기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직사회 업무 공백이나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수사가 지연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사실상 업무 회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22일 산청군 시천면 야산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현장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등 4명이 숨지고, 산불진화대원 5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경남도청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 지상진화반 소속 감독과 반장, 실무자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산불 확산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위험지역 배치 금지 규정 등을 어기고, 안전교육과 장비 점검 없이 공무원과 진화대원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산청 산불 희생자 합동분향소서 묵념하는 추모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