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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재해, “회사 밖의 사고”를 사회가 책임지는 방식
  • 기사등록 2026-04-15 17: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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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김인진 변호사/노무사

출퇴근길 사고는 오랫동안 “업무 밖의 위험”으로 취급되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출퇴근은 취업과 직접 연결된 이동이고, 근로자는 사실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활 위험이 곧 노동 위험으로 전이되는 경계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현행 산재보험 제도는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일정 요건 아래 출퇴근 중 사고를 산재로 보상하도록 정비되어 왔습니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제도의 전환: “사업주 지배·관리”에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과거에는 출퇴근 중 사고가 산재로 인정되기 위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또는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서 발생 했는지가 핵심 기준이었습니다. 그 결과, 대중교통·자가용·도보로 출퇴근하던 다수 근로자는 같은 출퇴근 사고를 겪어도 산재 보호 밖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현행법은 이를 보완하여, (1)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 사고뿐 아니라, (2)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출퇴근 재해로 명문 규정합니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가·나목). 다만 출퇴근 중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 등 예외를 두어 보호 범위를 조정합니다.


“통상적인 경로”는 하나가 아닙니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은 흔히 “늘 다니던 최단거리”로 오해되지만, 법원은 대체로 지리·시간·경제적 사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상당한 경로인지로 해석합니다. 즉, 도로 공사나 교통 혼잡, 근무시간 특성 등으로 우회가 불가피한 경우까지 “일탈”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현실의 출퇴근은 하나의 고정된 경로로만 환원되기 힘들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일탈·중단”도 무한히 넓히지 않습니다.


현행법은 출퇴근 중 개인적 목적을 위해 통상 경로에서 벗어난 경우를 원칙적으로 보호에서 제외합니다. 다만 그 예외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를 열거해 두었고, 생필품 구입, 진료, 자녀·장애인 등 보호대상 동행, 가족 돌봄 등이 대표적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24. 11. 7 선고 2023구합87518 판결은, 늦은 퇴근 이후 불가피하게 식사를 하고 동료를 숙소로 데려다주던 중 사고가 난 사안에서, 출퇴근 재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일탈·중단”은 ‘업무 또는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적 목적’을 위한 이탈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면서, 구체적 사정상 통상적인 퇴근 경로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판결에 불복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25. 10. 30. 선고 2024누69502 판결은, 직장 동료와 저녁식사를 한 것은 업무상 필요가 아닌 친목도모 목적이었다고 인정하며, 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퇴근의 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단이 엇갈린 이 사안은, 출퇴근 재해에서 “일탈·중단” 및 “통상 경로”해당 여부가 결국 식사ㆍ경유의 목적과 불가피성 등 구체적 사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장에서의 체크포인트


근로자 입장에서는 (1) 출퇴근의 출발·도착(주거지, 취업장소)과 시간, (2) 선택한 경로가 합리적인 이유(교통사정, 근무시간, 식사 제공 여부 등), (3) 경유가 있었다면 그 목적이 시행령상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 또는 출퇴근상 필요·합리성에 가까운지 여부를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통근버스 제공 여부만이 아니라, 교대제·심야근무 등으로 근로자의 이동 위험이 커지는 구조를 점검하고, 근무표·퇴근 시각 기록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향후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재해 제도는 “회사 밖은 각자도생”이라는 오래된 경계를 완화하는 장치입니다. 다만 그 보호는 무제한이 아니며, 통상성과 일탈·중단의 기준을 둘러싼 사실인정이 핵심이 되는 만큼, 법이 말하는 ‘통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통상이 실제 노동의 리듬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사회가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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